경상북도 조용한 마을

🏡 문경시 마성면, 돌산 아래 숨어 있던 마을의 역사

with-fam3203 2025. 7. 10. 13:38



문경은 석탄의 도시, 옛길의 도시, 또는 문경새재로 대표되는 관광 도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화려한 관광명소 뒤편에는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조용한 마을이 있다. 바로 문경시 마성면이다. ‘마성’이라는 이름조차 낯설 수 있지만, 이곳은 경북 팔경 중 으뜸인 진남교반, 삼국시대 문화유산인 고모산성과 명승 토끼비리 등 조선시대 교통과 국방의 요충지였으며, 산세 깊은 골짜기마다 전설과 옛이야기가 남아 있는 곳이다. 마성면은 지금은 인구가 급감한 시골 마을이지만, 그 조용한 풍경 속에는 누군가의 삶과 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글에서는 마성면이라는 마을의 지리, 이름의 기원, 전쟁의 흔적, 현재의 모습까지 차분히 정리해 본다.

문경 마성면 신현리 진남교반

 

마성면의 지리적 특성과 자연환경

 

 

마성면은 문경시의 남쪽에 자리 잡고 있으며, 중앙에는 ‘마성산’이라 불리는 낮은 산이 솟아 있다. 면 전체가 해발 300~500미터의 구릉지대로 구성되어 있고, 북쪽으로는 문경읍, 남쪽으로는 상주시 모동면과 경계를 이룬다. 주요 하천은 ‘마성천’으로, 마을 대부분은 이 하천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산과 물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지형으로 인해 예부터 곡물 재배와 한우 방목이 활발했다. 특히 이 지역의 붉은 황토는 ‘문경 황토 감자’의 주산지로도 알려져 있다.

 

‘마성’이라는 지명의 유래

 

 

‘마성(馬城)’이라는 지명은 말 그대로 ‘말이 머무르던 성’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실제로 조선시대에는 이 일대가 문경새재를 오가는 역참로였기 때문에 군사적 이동과 마필 교체가 빈번히 이루어졌다. 일부 지역 주민들은 마성산 근처에 실제로 말들이 묶여 있던 옛 마장터가 있었다고 전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과 《대동지지》에도 ‘마성역’이라는 표기가 남아 있으며, 이를 통해 마성면은 단순한 시골 마을이 아니라 역사적 통행지였음을 알 수 있다.

 

일제강점기와 마을의 변화

 

 

일제강점기 당시 마성면은 인근 석탄광과 연계된 물자 수송 경로로 활용되었다. 마성면 북쪽에 위치한 ‘하내리’ 일대에는 일본 군수용으로 사용된 도로가 개설되었고, 주민들은 석탄 운반에 동원되기도 했다. 또한 일제는 마성면의 산지를 벌목하여 일본 본토로 목재를 수출했고, 이로 인해 지금도 일부 산등성이에는 벌채 흔적이 남아 있다. 1937년 무렵에는 ‘마성초등학교’가 설립되었으며, 이는 현재 폐교 상태로 남아 있다.

 

한국전쟁과 피난민의 흔적

 

6.25 전쟁 당시, 마성면은 전선과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지만 피난민이 대거 몰려든 곳 중 하나였다. 특히 마성면 상내리 일대는 한때 20채 넘는 초가가 임시로 세워졌으며, 지금도 폐가 형태로 그 일부가 남아 있다. 당시 주민들은 벼가 무르익는 시기에 논밭을 포기하고 피난민에게 숙소를 내주기도 했다. 박○○(94세) 할머니는 “겨울에 마당에 움막을 지어서 사람을 재운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전했다.

 

지금의 마성면, 그리고 사람들

 

현재 마성면에는 약 460명가량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그중 65세 이상 고령층이 약 72%에 달한다. 인구는 점차 감소하고 있으나, 최근 귀농 귀촌인이 들어오면서 마을에 작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특히 매년 봄에는 ‘마성 황토 감자 캐기 체험행사’가 열려, 도시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체험 마을로 자리 잡고 있다. 마성면사무소 인근에는 폐교된 초등학교 부지를 활용한 ‘황토 갤러리’도 조성되어 있어, 지역 주민들이 만든 도자기와 목공예품을 전시하고 있다.

마성면 황토 감자마성면 황토 감자

 

마성면을 방문하는 방법과 팁

 

 

문경시내에서 차량으로 약 25분 거리이며, 국도 3호선 또는 지방도 904호선을 이용해 진입할 수 있다. 대중교통은 하루 2~3회 정도 마성면행 농어촌 버스가 문경터미널에서 운행된다. 마성산 자락에는 가벼운 트래킹 코스로 적합한 ‘돌산 옛길’이 있으며, 이곳은 봄이면 진달래가 피고 가을이면 억새가 장관을 이룬다. 마을에는 민박집이 2곳 있으며, 예약 후 방문하는 것이 좋다.

 

마성면은 문경의 숨겨진 이야기

 

마성면은 문경의 숨겨진 이야기이다. 그 어떤 관광명소보다 더 조용하지만, 그 안에는 사람들의 기억과 역사, 그리고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말이 머물던 땅이라는 이름처럼, 이 마을은 누군가의 삶이 오랫동안 머물다 간 공간이다.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이런 마을의 이야기를 기록해야 한다. 그것이 진짜 ‘한국적 정체성’을 찾는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