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청도군은 한국에서도 손꼽히는 전통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각북면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조용한 시골 마을이지만, 오히려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는 깊고도 진하다. ‘각북(角北)’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한 이곳은, 조선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마을 설화와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공간이다. 각북면에는 이름 없는 바위와 오래된 돌담, 그리고 80세가 넘은 마을 어르신들의 생생한 기억이 공존한다. 이번 글에서는 각북면이라는 깊은 마을의 역사, 지명 유래, 전통문화, 그리고 지금의 삶을 차분히 들여다보려 한다.
각북면의 지리적 특성과 자연환경
각북면은 청도군의 북동쪽 끝에 위치한 산간 마을로, 해발 300~400미터 사이의 구릉지대를 따라 마을들이 흩어져 있다. 동쪽으로는 밀양, 북쪽으로는 대구와 접해 있어 행정상 경계 지점 역할도 한다. 지형은 낮은 산과 들이 교차하여 있고, 마을을 따라 흐르는 청도천 지류는 농사에 필수적인 수원을 제공해 왔다. 이 지역은 아침 안개가 자주 끼는 특성 때문에 ‘구름마을’이라는 별칭도 있었다고 한다.
‘각북’이라는 지명의 유래
‘각북(角北)’이라는 이름은 한자로 ‘뿔처럼 튀어나온 북쪽 지역’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각북면은 청도군의 북쪽 끝자락에 위치하며, 지형적으로도 외곽처럼 돌출된 형태다. 고려 말기부터 이 일대는 '각산리'로 불리기도 했는데, 이는 마을 뒤편에 솟아 있는 '각산(角山)'이라는 봉우리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 중기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각산촌’이란 이름이 등장하며, 최소 500년 이상 된 마을임을 짐작하게 한다.
일제강점기와 각북면의 변화
일제강점기 시절, 각북면은 면 단위 행정 개편의 하나로 여러 작은 리(里)가 통폐합되었다. 특히 ‘유천리’, ‘문천리’, ‘거연리’ 등의 마을이 현재의 행정 구역에 흡수되었고, 일부 마을 이름은 지도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당시에는 청도에서 일본으로 송이버섯을 보내기 위한 임산물 생산지가 되기도 했고, 주민들은 강제 부역으로 산길을 넓히는 일에 동원되었다고 한다.
6.25 전쟁과 마을의 기억
각북면은 전선에서 비교적 떨어져 있었지만, 인근 경계에 있는 동곡면 방면에서 피난민이 넘어오며 마을의 풍경은 바뀌었다. 마을 입구에 남아 있는 폐가 몇 채는 그 시절 피난민들이 지은 초가였으며, 지금도 그 돌담 일부가 남아 있다. 주민 김○○(91세) 어르신은 “그땐 다 같이 울면서 묵을 데 찾아다녔다”고 회상한다. 마을 중심부에 위치한 지 오래된 우물은 당시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했던 시설이며, 지금도 일부 가구는 이를 보존하고 있다.
지금의 각북면, 그리고 사람들
현재 각북면에는 37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68%에 이른다. 마을에서는 매년 가을마다 ‘각북 고구마 축제’가 열리며, 인근의 산골 어린이들과 외지인들이 함께 참여해 고구마 캐기 체험, 시골 장터 체험 등이 진행된다. 또한 면사무소 뒤편에 있는 ‘각북 다랭이논길’은 최근 SNS를 통해 알려지며, 사진 촬영 명소로도 알려졌다.
각북면에 방문하는 방법과 여행 팁
각북면은 자가용으로 청도읍에서 약 30분 거리이며, 대구 방면에서는 국도 20호선을 따라 진입하면 접근이 용이하다. 대중교통은 하루 3회 청도 버스터미널에서 각북면 방면 농어촌버스가 운행된다. 인근에는 각산 약수터, 민속 고택 한 채, 폐교된 초등학교가 남아 있어 조용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제격이다. 단, 식당이나 카페는 거의 없으므로 도시락이나 간단한 음식은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청도군 각북면 비슬산에 자리한 천년 고찰 용천사는 신라 문무왕 10년(670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해동화엄전교(海東華嚴傳敎)의 10대 사찰 중 한 곳으로 등산을 좋아한다면 방문을 추천한다.
각북면은 소리 없이 시간을 간직한 마을
각북면은 소리 없이 시간을 간직한 마을이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적과, 그 안에 숨겨진 수십 년의 기억이 여전히 이곳에 남아 있다. ‘각북’이라는 이름처럼 구석진 곳에서 묵묵히 존재해 온 이 마을은, 지금 우리가 되돌아봐야 할 소중한 삶의 터전이다. 기록되지 않으면 잊히는 것이 지방 마을의 현실이기에, 지금이라도 우리는 이런 공간을 글로 남겨야 한다. 각북면은 단지 한 마을이 아니라, 한국 농촌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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