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경상북도 영양군을 언급할 때, 대부분은 산 좋고 물 좋은 ‘청정 자연’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 지역에는 단지 자연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입암면이라는 작은 마을에는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삶의 흔적, 그리고 그 속에서 조용히 흘러온 시간이 존재한다. 이 마을의 이름인 ‘입암(立岩)’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의 역사와 삶, 그리고 정신을 담고 있는 하나의 상징이다. 본 글에서는 입암면의 유래부터 시작해, 변화의 역사, 그리고 현재의 마을 풍경까지 깊이 있게 다뤄보며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시골 마을의 가치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입암면의 이름의 기원과 위치, 자연환경, 변화
입암면의 지리적 위치와 자연환경
입암면은 경상북도 영양군의 북동쪽 끝에 자리 잡고 있으며, 해발 약 350~500m의 산지에 둘러싸인 지역이다. 마을 중심부에는 작은 하천이 흐르며, 남쪽으로는 백암산이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다. 이 지역은 일조량이 길고 여름에는 안개가 자주 끼는 편이다. 그 때문에 입암면은 예로부터 ‘운무 속 마을’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입암’이라는 이름의 기원
‘입암’이라는 지명은 ‘서 있는 바위’라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실제로 마을 동쪽에는 7미터가 넘는 수직 형태의 거대한 바위가 존재한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 바위가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조선 후기의 고지도인 《대동여지도》에는 ‘입암리(立岩里)’로 표기되어 있었으며, 이에 따라 마을 이름은 조선 중기부터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입암면 전쟁 후 변화
입암면 일제강점기, 마을 구조의 급변
일제강점기 시절, 입암면은 행정 구역 정비의 하나로 일부 마을이 통폐합되었다. 그중에서도 ‘신정리’와 ‘구암리’는 현재 이름에서 사라졌으며, 당시 주민들은 세금 제도와 토지 조사령으로 인해 생계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1932년에는 입암면 전 지역에 가뭄이 극심해, 마을 주민 다수가 봉화군으로 임시 이주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전쟁과 함께 변한 마을 풍경
한국전쟁 당시, 입암면은 주요 전선에서 벗어나 있었으나 인근의 산지를 통해 많은 피난민이 거쳐 간 곳이기도 하다. 마을 북단에는 당시 피난민들이 머물던 움막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현재도 일부 폐가에는 그 시대의 생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주민 김○○(89세) 씨는 “그땐 정말 방 한 칸에 여섯 명이 이불 하나 덮고 잤다”라고 회상했다.
현재의 입암면, 그리고 사람들
현재 입암면에는 23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인구의 60% 이상이 65세 이상의 고령자다. 그러나 매년 봄이면 ‘입암면 고로쇠 축제’가 열려, 인근 마을 사람들과 함께하는 소박한 장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마을 회관에서는 여전히 손두부를 직접 만들고, 농번기에는 함께 모여 김장하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입암면 방문 팁과 교통 정보
입암면은 자가용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영양군청 기준으로 약 35분 정도 소요되며, 포항 방면에서는 국도 31호선을 타고 북상하면 된다. 대중교통의 경우, 영양터미널에서 하루 2회 운행하는 군내버스를 이용하면 입암면사무소까지 도착할 수 있다. 마을 인근에는 조선 후기 가옥 양식을 간직한 ‘김 씨 고택’이 있으며, 고택 앞 감나무 길은 가을이면 사진 명소로도 유명하다.
영양군 입암면을 기억하자
입암면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이 조용한 마을이 지닌 시간의 깊이와 사람들의 정은, 그 어떤 도시보다도 따뜻하다. ‘입암’이라는 지명이 단지 바위 하나의 이름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지닌 고유한 역사와 전통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는 이런 마을들을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 왜냐하면 바로 이런 공간이 한국의 진짜 뿌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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