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조용한 마을

🏡 안동시 임하면, 수몰의 기억 위에 피어난 마을의 시간

with-fam3203 2025. 7. 11. 16:12

안동이라는 도시는 전통과 문화, 그리고 유교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임하면’이라는 이름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 조용한 면 단위 지역은 사실 수십 년 전, 대규모 수몰과 함께 마을의 절반이 물속에 잠긴 특별한 역사를 가진 곳이다. 임하댐 건설로 인해 과거의 터전이 사라졌고, 많은 주민들이 강제 이주를 겪었다. 그 이후, 임하면은 변화한 지형과 함께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며 조용히 시간을 이어왔다. 본문에서는 임하면이라는 마을의 지리적 특성, 지명 유래, 수몰 이전의 삶, 수몰 이후의 변화, 그리고 오늘날 남겨진 기억을 되짚어본다.


임하면의 지리적 특성과 현재의 풍경


임하면은 안동시 남동부에 자리 잡고 있으며, 안동 시내에서는 차량으로 약 25분 거리다. 면의 절반 이상은 현재 임하호(임하댐)로 덮여 있으며, 댐 주변으로 완만한 구릉지와 분지형 농경지가 펼쳐진다. 해발 약 200~300m에 위치한 마을들이 많고, 수몰되지 않은 지역은 지금도 논농사와 사과, 복숭아 재배가 주를 이룬다. 아침이면 임하호 수면에 안개가 피어오르고, 물안개 사이로 보이는 마을의 풍경은 말 그대로 고요한 그림 같다. 지금은 자전거 도로와 드라이브 코스로 주목받지만, 그 아래 잠든 옛 마을들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임하’라는 이름의 유래


‘임하(臨河)’는 한자로 ‘강을 마주하다’는 뜻을 지닌다. 이 지명은 실제로 마을이 낙동강 상류와 가까운 하천 주변에 위치했던 지리적 특징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에는 ‘임하현’이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1413년 태종 대에는 안동부에 속한 작은 고을로 편입되었다. 《세종실록지리지》나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임하현’의 기록이 있으며, 이는 곡창지대로서의 중요성과 군사적 경계지로서의 역할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현대에 들어 ‘임하면’으로 변경되었지만, 그 이름 속에는 여전히 ‘강과 마주한 삶’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수몰 이전, 임하면의 옛 마을들


1980년대 초까지 임하면은 약 3,5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던 농촌 지역이었다. 당시 마을은 하천을 따라 ‘운곡리’, ‘구천리’, ‘대곡리’, ‘화전리’ 등 수십 개의 자연부락으로 나뉘어 있었다. 이 마을들에서는 논농사 외에도 고추, 참깨, 누에치기 같은 전통 농업이 이루어졌고, 봄이면 강가에서 모래를 퍼 올려 채반으로 거르던 풍경도 익숙했다. 마을 주민들의 기억에 따르면, ‘운곡리’에는 오래된 정자나무와 공동 우물이 있었고, 여름이면 어린이들이 강가에서 수박을 식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안동.임하면 수몰 전 마을 전경


임하댐 건설과 수몰의 아픔


1984년부터 시작된 임하댐 건설 사업은 당시 주민들에게는 ‘발전’이 아닌 ‘이별’의 상징이었다. 약 1,000세대 이상이 강제 이주를 당했고, 수몰로 인해 가옥, 무덤, 사찰, 학교까지도 물속에 잠기게 되었다. ‘구천초등학교’는 폐교되었고, ‘화전리 사당’은 분해되어 다른 지역으로 옮겨졌다. 임하면 출신 고○○(83세) 어르신은 “물을 채우기 전날, 모두 모여 마지막 제사를 지냈다. 마을 이름이 이제 지도에서 사라진다며 울던 어른들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금도 임하호 아래에는 당시 마을의 흔적이 잠들어 있다.


수몰 이후, 새로운 임하면의 재편


수몰 이후, 임하면은 고지대 위에 재편성되며 ‘대곡리’, ‘운곡2리’, ‘임하로’ 등의 마을 중심지가 새롭게 형성되었다. 이주자들은 공공주택에 정착하거나, 자비로 새집을 지어 다시 삶을 이어갔다. 농사 기반은 그대로 유지되었지만, 이전처럼 풍부한 수원이 아닌 저장식 관개 시스템에 의존해야 했다. 현재는 임하댐 수자원공사와 협력하여 관광 활성화도 추진 중이며, 봄이면 ‘임하 수변 벚꽃길 축제’가 열린다. 관광객에게는 아름다운 호수로 보이지만, 주민들에게는 그것이 곧 과거의 무덤이기도 하다.

임하댐 전경


임하면을 방문하는 방법과 여유로운 탐방 팁


임하면은 차량으로 안동시청 기준 약 25분 거리이며, 국도 35호선 또는 34번 지방도를 이용해 진입할 수 있다. 대중교통은 안동터미널에서 하루 4회 농어촌버스가 운행되며, ‘임하댐 정류장’ 또는 ‘대곡리 마을회관’에서 하차하면 된다. 여행 코스로는 ‘임하호 수변길’, ‘수몰 마을 기념비’, ‘옛 나루터 전망대’, ‘수몰마을 조형물 공원’ 등이 있으며, 현지 주민이 운영하는 마을 카페에서 직접 만든 사과청이나 다식류를 맛볼 수 있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옛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단연 추천할 만한 여행지다.

임하면.사라진 마을의 기억


임하면은 그저 시골 마을이 아니다. 그것은 사라진 마을의 기억이며, 지금도 누군가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물에 잠긴 집과 학교, 논밭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우리는 때로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많은 것을 지우고 잊어버린다. 하지만 임하면은 그런 잊힘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살아가고 있다. 그 이야기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