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울진군은 해양도시이자 청정 자연의 보고로 유명하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대부분 죽변항이나 후포항 같은 유명 어항에 집중되어 있고, 울진 북부의 조용한 마을들은 좀처럼 주목받지 못한다. 그중에서도 북면은 동해안과 맞닿은 해안선에 걸쳐 있으면서도 고즈넉하고, 지금은 사라진 작은 어촌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북면은 해풍에 날리는 소금기 속에서도 꾸준히 살아온 사람들, 바다와 산을 함께 품은 독특한 자연, 그리고 잊힌 마을 이름들이 공존하는 진짜 ‘시골 해안 마을’이다. 이번 글에서는 울진군 북면의 지리적 특성, 지명 유래, 어촌 문화, 산업화 이후의 변화,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삶의 모습을 하나하나 조명해 본다.
북면의 지리적 특성과 자연환경
북면은 울진군 북단에 위치하며, 북쪽으로는 삼척시와 인접해 있다. 동쪽은 동해에 바로 접해 있고, 서쪽으로는 낮은 산지와 울진읍이 연결된다. 해발 50~200m 수준의 구릉지와 완만한 해안 평야가 공존하며, 마을들은 대부분 해안선을 따라 분포해 있다. 대표적인 마을로는 ‘고목리’, ‘부구리’, ‘덕산리’ 등이 있으며, 이들 마을은 어업과 농업이 공존하는 복합형 생활권을 형성한다. 바닷바람이 강하지만 여름엔 상대적으로 서늘하고, 겨울에도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아 정주 환경이 안정적인 편이다.
‘북면’이라는 지명의 유래
‘북면(北面)’이라는 지명은 단순히 울진군 북쪽에 위치한다는 지리적 의미에서 유래했다. 조선시대 행정구역 개편 당시 울진현의 북쪽 관할지로 편제되면서 '북면'이라 불리게 되었으며, 《세종실록지리지》와 《동국여지승람》에도 ‘북면 고목진’, ‘북면 덕산진’ 등 지역 내 진(鎭)의 이름으로 등장한다. 실제로 북면에는 15~17세기 해적 방어를 위한 수군진이 설치되었고, 일부 마을에는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이처럼 단순한 지명이지만 그 속에는 해안을 지키던 마을의 역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촌 문화와 해안 공동체의 흔적
북면은 한때 울진군 내에서도 어업 비중이 높았던 지역 중 하나였다. 부구리와 고목리 일대에는 전통적인 어촌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으며, 주민들은 소형 어선을 타고 오징어, 멸치, 도루묵 등을 잡았다. 봄철에는 미역 채취, 여름에는 멸치젓 담그기, 겨울엔 건어물 작업이 이어졌으며, 어장별 어촌계가 강하게 운영되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어족 자원 고갈과 해양오염으로 인해 어촌계가 대부분 해산되었고, 현재는 일부 주민들만이 소규모 어업을 이어가고 있다. 바닷가 근처에는 지금도 폐선(버려진 배)과 닳아 없어진 포구가 남아 있다.
산업화 이후의 변화와 인구 감소
1980년대 후반부터 울진 원자력발전소와 산업단지 개발이 진행되면서, 북면 주민들의 생활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어업의 침체와 함께 청년 인구는 울진읍이나 포항, 울산 등지로 빠르게 이주했고, 북면은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 특히 덕산리 일대는 2000년대 들어 폐가가 급격히 증가했으며, 지금은 일부 마을은 가구 수가 10채 미만으로 줄어든 상태다. 2005년에는 북면초등학교 부구분교가 폐교되었고, 현재는 작은 마을회관과 보건소 분소만이 마을의 중심 기능을 하고 있다.
현재의 북면, 그리고 사람들
2024년 기준으로 북면 전체 인구는 약 850명가량이며,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70%를 넘는다. 주민 대부분은 자급자족 형태의 소규모 농업과 가정용 어획에 의존하고 있으며, 일부는 울진읍 내 시장에 농산물이나 미역을 판매하고 있다. 북면 고목리에는 최근 귀촌한 부부가 폐가를 개조해 ‘바다 앞 작은 책방’을 열었고, 여름이면 지역 청년들이 열어주는 ‘미역국 한 그릇 축제’도 개최된다. 조용하고 외로운 마을이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삶을 이어가려는 시도들이 시작되고 있다.
북면을 방문하는 방법과 조용한 여행 팁
울진읍에서 북면까지는 차량으로 약 25분이 소요되며, 7번 국도를 따라 북상하다가 ‘북면사무소’ 방면으로 진입하면 된다. 대중교통은 울진 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3회 농어촌버스가 운행되며, ‘부구리 정류장’이나 ‘고목리 마을회관’ 앞에서 하차할 수 있다. 추천 코스로는 고목 해변 조용한 산책길, 미역 채취 체험(계절 한정), 폐포구 흔적 따라 걷기, 작은 책방 방문 등이 있다. 여유롭고 조용한 마을 여행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북면은 도시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울진군 북면 . 조용한 시골 해변 마을
울진군 북면은 지명만 보면 단순하지만, 그 속에는 바다와 함께한 삶, 사라진 어촌의 기억, 그리고 지금도 마을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종종 이름 있는 관광지에만 주목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이렇게 조용히 남아 있는 마을 속에 숨어 있다. 북면은 소리 없이 무너지기도 했고, 다시 조용히 살아나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이 마을이 가진 가장 특별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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