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조용한 마을

🏡 단양군 매포읍, 절벽과 강 사이에서 살아남은 마을의 기록

with-fam3203 2025. 7. 14. 20:42

충북 단양은 관광도시로 유명하지만, 그 화려함의 그림자 속에는 조용히 시간을 견디고 있는 작은 읍과 마을들이 존재한다. 단양군 매포읍은 바로 그 한복판에 있다. 이곳은 단양팔경 근처라는 입지에도 불구하고, 관광지 개발에서 비껴간 채 묵묵히 제자리에서 살아온 시골 읍이다. 한때 석회석 채광 산업으로 붐볐고, 일부 지역은 수몰되며 지도에서 사라졌으며, 지금은 고령 인구와 빈집만 남은 ‘사라지지 않은 폐촌’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단양군 매포읍의 지리와 지명 유래, 산업과 마을 변화, 폐광 이후의 마을 생존기, 그리고 지금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느린 이야기를 기록한다.

 


매포읍의 지리적 특성과 자연환경


매포읍은 단양군의 남동부에 위치하며, 남한강의 지류인 단양강이 읍을 관통한다. 동쪽으로는 경북 영주시와 접하고, 서쪽으로는 단성면과 맞닿아 있다. 해발 200~400m의 구릉지와 강변 평야가 섞여 있으며, 마을은 대부분 강과 철도 사이에 형성되어 있다. 특히 ‘우덕리’, ‘갈밭리’, ‘상시리’ 등은 강과 절벽 사이 협곡형 지형 위에 있다. 봄에는 유채꽃 단지가 조성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논과 밭, 비닐하우스가 이어진 농업 중심지다. 겨울에는 매서운 바람이 절벽을 타고 내려오고, 여름엔 강 안개가 마을을 뒤덮는다.

단양군 매포읍 석문. 도담삼봉의 전망대를 지나면 수십 척에 달하는 돌이 무지개처럼 있다하여 석문이라함.


‘매포’라는 지명의 유래


‘매포(梅浦)’라는 이름은 두 가지 설이 전해진다. 하나는 ‘매화나무가 많았던 나루터’라는 의미에서 ‘매포(梅浦)’가 생겼다는 설이고, 또 하나는 ‘매(馬)들이 오가는 포구’라는 설이다. 과거에는 남한강 수운의 중간 거점이었고, 《조선왕조실록》과 《세종실록지리지》에도 매포역과 매포진이라는 기록이 등장한다. 일제강점기에는 철도가 개통되면서 ‘매포역’이 남한강 수운을 대신했고, 마을은 교통 중심지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매포역’이 폐지되면서, 이름만 남고 기능은 사라진 상태다.

 


폐광과 수몰, 그리고 사라진 마을


1960~1980년대 매포읍은 석회석 채광과 석탄 운송 중심지로서 산업 중심 역할을 했다. 인근 '상시리 광산'과 ‘석회석 야적장’에는 수많은 트럭과 기차가 드나들었고, 매포역은 석탄 수송의 주요 기착지였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광산은 폐광되었고, 석회석 채취가 중단되면서 경제 활동은 빠르게 침체하였다.
게다가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인해 단양 일대가 수몰되었고, 매포읍 일부 마을도 물 아래로 사라졌다. 지금도 수몰 이전에 살던 마을 사람들은 정착지에서 멀리 떨어진 산자락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수몰 기념비’와 ‘수몰전 마을지도’가 우덕리 뒷산에 조용히 남아 있다.

 


지금의 매포읍, 남은 사람들과 마을의 시간


2024년 현재 매포읍의 인구는 약 1,200명가량이며, 그 중 65세 이상이 75%를 차지한다. 과거엔 읍 중심지였던 곳이 지금은 조용한 마을로 바뀌었고, 상가와 점포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그러나 여전히 이곳에 남아 작은 텃밭을 가꾸고, 감나무를 손질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매포시장’은 과거 장터의 흔적으로,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 ‘작은 재래시장’ 형식으로 열리며, 지역 어르신들의 만남의 공간 역할을 한다.
최근엔 귀촌인을 위한 빈집 정비 사업이 진행 중이며, 옛 주막을 개조한 작은 찻집, 손 글씨 간판이 붙은 구멍가게가 젊은 감성 여행객 사이에서 ‘레트로 감성’ 명소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매포읍의 마을 콘텐츠와 사람들의 노력


매포읍 주민들은 스스로 마을을 살리기 위한 작은 시도를 하고 있다. 매년 가을, ‘매포 골목장’이라는 이름의 플리마켓이 열리고, 폐교된 ‘매포중학교’ 건물은 주민문화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지역의 젊은 청년은 폐가를 개조해 ‘기찻길 앞 사진관’을 열었고, 마을회관에서는 주 1회 ‘우리 동네 글쓰기 교실’이 진행되고 있다. 매포읍에서 주민들은 `맨손 물고기 잡기`행사 등 ,비록 대단한 행사는 아니지만, 이런 움직임은 마을을 기록하고 지키려는 진심의 표현이다.

매포읍에서 주민들이 맨손물고기잡기 행사를 개최했다.

 

매포읍을 방문하는 방법과 골목 여행 팁


단양읍에서 매포읍까지는 차량으로 약 25~30분 소요되며, 국도 5호선 또는 지방도 592호선을 통해 진입하면 된다. 대중교통은 단양 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회 농어촌버스가 있으며, ‘매포읍사무소’ 또는 ‘갈밭리 정류장’에서 하차할 수 있다.
추천 코스로는 ‘매포시장 골목길 걷기’, ‘수몰 마을 기념비 산책’, ‘기찻길 사진관 체험’, ‘옛 장터 구멍가게 방문’ 등이 있다. 식당은 몇 곳 있지만 사전 확인이 필요하며, 대부분은 현지 주민이 운영하는 소박한 가게다.


단양군 매포읍.다시 살아가는 시골마을


매포읍은 단지 사라져 가는 시골이 아니다. 폐광, 수몰, 이주, 침체… 그 모든 단어가 이 마을을 지나갔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는 이들이 있다. 매포읍은 관광지도, 개발지구도 아니다. 그러나 그 느린 속도 속에 삶의 뿌리와 기억이 켜켜이 쌓여 있다. 우리가 이런 마을을 기록하는 이유는 과거의 회상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