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조용한 마을

🏡 임실군 신덕면, 치즈 그림자 아래 숨겨진 진짜 시골 마을의 시간

with-fam3203 2025. 7. 14. 15:34

임실군은 대중적으로 ‘치즈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치즈 공장과 관광지가 집중된 중심 지역을 벗어나면, 아주 조용하고 천천히 흐르는 마을들이 산재해 있다. 신덕면은 그런 마을 중 하나다. 임실읍과 불과 20분 거리지만 관광지와는 거리가 멀고, 정직한 땅과 오랜 농사로 유지되어 온 진짜 ‘전북 농촌의 원형’이 남아 있다. 이름조차 생소한 신덕면은 축제도 없고, 유명인도 없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고 있다. 이 글에서는 임실군 신덕면의 지리, 지명 유래, 마을 변화, 고령화의 현장, 그리고 지금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해 본다.

임실군 신덕면 전경


신덕면의 지리적 특성과 자연환경


신덕면은 임실군 서북쪽에 위치하며, 남쪽으로는 임실읍, 북쪽으로는 전주시 완산구와 접해 있다. 면 전체가 해발 150~300m 사이의 구릉지와 저지대로 구성되어 있고, 섬진강의 지류인 작은 하천이 마을을 따라 흐른다. 마을들은 주로 강가나 언덕 아래에 형성되어 있으며, ‘수천리’, ‘삼계리’, ‘강산리’ 등이 대표적이다. 논과 밭이 고르게 분포해 있고, 이 지역은 특히 마늘, 들깨, 콩 재배에 유리한 토질을 지녔다. 사계절이 뚜렷하며, 봄이면 산벚꽃, 가을엔 억새가 언덕을 따라 피어난다.

 


‘신덕’이라는 지명의 유래


‘신덕(新德)’이라는 이름은 한자로 ‘새로운 덕’을 뜻한다. 조선 후기 지방 행정 개편 시기에 생긴 명칭으로, 마을이 통합되거나 새롭게 세워지며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대동지지》와 《여지도서》에는 이 지역이 ‘신성곡(新城谷)’으로 기록되며, 이는 '새로 성을 짓던 골짜기'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실제로 삼계리 일대에는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토성 흔적이 남아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었다. '신덕'이라는 지명에는 단순한 행정적 의미를 넘어, 새로운 삶터를 일군 사람들의 정신이 담겨 있다.

 


마을의 산업 구조와 농사 중심의 생활


신덕면은 전형적인 자급자족형 농촌이다. 산업시설이나 대규모 공장은 전혀 없으며, 가구의 9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한다. 이 지역의 특산물로는 들깨, 콩, 마늘, 그리고 최근엔 귀농인들이 시작한 **약초 재배(지치, 천궁 등)**가 있다. 논은 대부분 수막재배 또는 겨울 보리재배를 병행하며, 여름에는 텃밭에서 고추, 가지, 오이 등을 심어 자급한다. 주민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밭일을 하고, 해가 지면 골방에 모여 텔레비전을 보며 하루를 마친다. 도시에서 보기 힘든 삶의 리듬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임실 신덕면 밭일 봉사 활동 전경


고령화와 인구 변화의 현실


신덕면의 인구는 현재 약 650명 정도로, 70% 이상이 65세 이상의 고령자다. 1990년대에는 1,200명이 넘었지만 청년들의 도시 이탈로 인해 현재는 인구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특히 '수천리 분교'는 2003년에 폐교되었고, '신덕초등학교'도 지금은 단일학급 운영으로 전환된 상태다. 마을 대부분은 하루 2회 운영되는 마을버스 외에는 교통수단이 없으며, 병원이나 마트도 인근 임실읍까지 나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고령자는 마을을 떠나지 않고 손수 밭을 일구며 삶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의 신덕면, 그리고 사람들


최근 몇 년 사이 신덕면에도 변화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다. 귀농·귀촌인을 위한 빈집 리모델링 사업이 시작되었고, 실제로 30~40대 귀농 부부가 들어와 약초 농사를 시작한 사례도 있다. ‘강산리’에는 폐가를 고쳐 만든 작은 전통찻집 겸 민박집이 생겼고, 여름이면 도시 아이들을 위한 농촌 체험 프로그램도 소규모로 운영된다. 마을 중심의 큰 슈퍼는 없어졌지만, 주민들이 돌아가며 운영하는 ‘이동 장터’가 매주 수요일마다 열린다. 주민들 스스로 삶의 공간을 지키기 위한 작고 단단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신덕면을 방문하는 방법과 조용한 여행 팁


임실읍에서 신덕면까지는 차량으로 약 20~25분 정도 소요되며, 국도 27호선과 지방도 717호선을 따라 진입하면 된다. 대중교통은 임실 터미널에서 하루 2회 시외버스가 운행되며, ‘신덕면사무소’ 또는 ‘강산리 정류장’에서 하차할 수 있다.
추천 코스로는 ‘삼계리 토성 유적터 산책’, ‘수천계곡 소풍’, ‘전통찻집 체험’, ‘밭두렁 걷기’ 등이 있으며, 도심의 빠른 속도를 잠시 잊고 싶은 이들에게는 조용하고 따뜻한 경험이 될 것이다.
단, 숙소는 1~2곳 정도로 제한적이기 때문에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임실 신덕면 정직한 시골 마을


신덕면은 조용하지만 결코 비어 있지 않다. 그곳에는 도시보다 느리고 정직한 시간이 흐르고, 지금도 땅을 일구는 손과 땀이 있다. 우리는 이런 마을을 자꾸만 잊어가고 있지만, 그 안에야말로 진짜 한국 농촌의 모습이 숨어 있다. 유명하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여전히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신덕면은 그런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