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청군 차황면, 황매산 아래 남겨진 진짜 시골 마을 이야기
경남 산청군은 황매산 철쭉과 한방약초로 유명하지만, 그 곁을 지나는 마을들은 종종 그늘에 가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차황면은 황매산 자락에 숨겨진 작고 조용한 면 단위 농촌 지역이다. 이 마을은 봄이면 철쭉이 흐드러지지는 산 아래, 여름이면 허수아비가 지키는 논두렁 사이로 삶을 이어온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행정구역상 산청군에 속하지만, 고령화율은 70%를 넘고 마을 중심지조차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차황면은 관광지가 아닌, 진짜 시골 마을의 일상을 담고 있다. 이 글에서는 차황면의 지리적 특성, 지명의 유래, 계절별 생활상, 고령화 속의 마을 변화,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느린 삶을 기록한다.
차황면의 지리적 특성과 자연환경
차황면은 산청군 남서부에 자리 잡고 있으며, 경남 합천군과 인접하고 황매산 자락 아래에 자리를 잡고 있다. 해발 200~500m 사이의 완만한 구릉지와 좁은 평야가 섞여 있으며, 마을은 대부분 산지 주변 계곡과 논두렁을 따라 형성되어 있다. 대표적인 마을로는 ‘차탄리’, ‘호리’, ‘법평리’ 등이 있으며, 봄에는 황매산의 철쭉이 붉게 타오르고, 여름에는 물줄기가 마을을 감싼다.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고 공기가 맑아 귀촌자들에게도 점차 알려졌지만, 여전히 도심과의 거리, 교통 불편, 교육환경 등의 이유로 조용한 오지에 머물러 있다.
‘차황’이라는 지명의 유래
‘차황(車黃)’이라는 이름은 특이한 구조를 지녔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이 지역은 예전부터 ‘차’가 오가던 길목에 노란 흙(황토)이 많아 ‘차황’이라 불렸다고 한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이 일대가 ‘차황역’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이는 조선 후기 물류 이동 경로였던 합천~산청 구간의 교통거점이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 지역의 흙은 유난히 붉고 질기가 좋아, 전통 기와나 벽돌 제작의 원료로도 활용되었다고 한다. 지명 자체에 지역의 교통·토질·지형이 압축돼 있는 셈이다.
계절별로 드러나는 마을의 삶
차황면은 계절에 따라 마을 풍경이 극적으로 달라진다. 봄에는 황매산 철쭉과 함께 마을 주변 논두렁에도 들꽃이 피어나며, 마을 입구에는 ‘철쭉 길 벚나무 터널’이 조성된다. 여름에는 주민들이 두레 방울을 들고 계곡으로 나가 미나리와 머위를 채취하고, 가을이면 각 집마다 감말랭이를 걸어 말리는 풍경이 펼쳐진다. 겨울은 한적하고 조용하다. 이 시기에는 온 마을이 장작으로 난방하며, 어르신들은 마을회관 아궁이 앞에서 고구마를 굽는다.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계절이 곧 생활이 되는 전통 농촌의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다.
고령화 속에서 변화를 겪는 마을들
현재 차황면의 총 인구는 약 730명으로, 이 중 65세 이상 인구가 72% 이상이다. 젊은 세대는 대부분 인근 산청읍이나 진주, 대구로 떠났고, 일부 집은 폐가로 남았다. ‘차탄 초등학교’는 분교 체제로 운영되다가 폐교되었고, 현재는 주민공동시설로 활용 중이다. 주민 유○○(85세)는 “옛날엔 소달구지로 장에 갔다. 지금은 소도, 사람도 없어진 마을이 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소수의 귀촌 가족이 들어오며 마을에 새로운 생기가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 일부는 허물어진 집을 손수 고쳐 게스트하우스나 체험농장으로 바꾸고 있다.
지금의 차황면, 그리고 사람들
지금 차황면에는 비록 대도시처럼 북적이지는 않지만, 그만의 리듬을 지닌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주민들은 주로 감, 마늘, 참깨, 고추 같은 작물을 소규모로 재배하며, 인근 산에서 산나물이나 더덕을 채취하기도 한다. 매년 가을이면 ‘차황 허수아비 축제’가 열리는데, 각 마을마다 직접 만든 허수아비를 논에 전시하고, 시골 음식을 나누며 하루를 보내는 행사다. 비록 관광객이 많지는 않지만, 주민들에게는 큰 의미를 지니는 ‘마을 잔치’다. 귀촌한 청년 부부가 운영하는 ‘돌담 한옥 카페’도 지역 명소로 자리를 잡고 있다.
차황면을 방문하는 방법과 조용한 여행 팁
산청읍에서 차황면까지는 차량으로 약 35분 정도 소요되며, 황매산 입구에서 지방도로 1035번을 따라 진입하면 된다. 대중교통은 하루 1~2회 시외버스가 있으며, ‘차황면사무소’ 앞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마을 중심부에 닿는다. 여행 코스로는 차황 철쭉 길, 폐교 마을 도보 코스, 허수아비 전시 논길, 주민 운영 카페 등이 있다. 인근 식당은 거의 없기 때문에 식사는 도시락이나 근처 산청읍에서 해결하고 오는 것이 좋다. 자연을 느끼며 조용히 걷는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딱 맞는 시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