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월군 상동읍, 광산의 침묵 위에 피어난 귀촌 마을의 이야기
강원도 영월은 탄광 도시의 상징이자, 지금은 고요한 자연 속에 문화와 역사, 사람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특히 상동읍은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는 마을이다. 20세기 중반까지 상동은 국내 최대의 아연과 연 광산이 있던 활기찬 산업 중심지였지만, 지금은 광산이 멈추고 사람도 줄어들면서 조용한 시골 마을로 남았다. 하지만 그 조용함 속에 또 다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폐광촌이었던 상동은 최근 ‘귀촌 마을’로 알려지며 다시 사람들이 돌아오고 있고, 옛 탄광 건물은 문화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이 글에서는 상동읍의 지리, 지명 유래, 산업사, 인구 변화, 그리고 지금의 삶까지 살펴보며 사라진 마을이 어떻게 새로운 이름으로 재생되고 있는지를 기록해 본다.
상동읍의 지리적 특성과 자연환경
상동읍은 영월군의 남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산간 마을로, 태백시와 정선군과 경계를 이룬다. 평균 해발 400~700미터의 고지대에 자리 잡고 있으며, 북쪽에는 청령포와 동강, 남쪽에는 함백산 자락이 뻗어 있다. 도심이라기보다는 거대한 계곡 속에 형성된 고립형 정주지로, 산지와 광산 지형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상동천이 마을 중심부를 관통하며, 그 주변으로 폐광 터와 옛 마을 길, 오래된 기찻길이 펼쳐진다. 봄에는 철쭉, 가을에는 억새가 장관을 이루며, 자연환경은 풍부하지만, 교통 여건은 불편한 편이다.
‘상동’이라는 지명의 유래
‘상동(上洞)’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윗마을’ 또는 ‘상류에 있는 골짜기 마을’이라는 뜻이다. 이는 예부터 마을이 깊은 산 속, 강 상류에 형성되어 있었음을 의미한다. 《대동여지도》와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상동방’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돼 있으며, 조선시대에는 행정 구역상 단종 유배지와 연결된 후방의 주요 산촌 중 하나였다. 이후 일제강점기 광산이 개발되면서 ‘상동광업소’가 들어서고, 마을은 본격적인 탄광 마을로 변모하게 된다.
광산 시대의 상동읍과 산업의 흔적
상동읍은 1950~1980년대 사이 국내 최대 규모의 아연·연(납) 광산이 위치한 곳이었다. ‘상동광업소’는 수천 명의 광부가 일하던 대규모 사업장이었으며, 마을은 광부 가족과 상인들로 북적였다. 당시 상동역은 석탄·광석 수송의 거점 역할을 했고, 읍내에는 학교, 병원, 목욕탕, 영화관까지 있을 정도로 도시 기능을 갖췄다. 광부들은 고된 작업 후 상동천 옆 막걸릿집에서 하루를 마무리했고, 상점마다 탄가루 묻은 작업복이 가득했다. 지금도 상동에는 붉은 벽돌의 광산 사무동, 갱도 입구, 철로 터가 일부 남아 과거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폐광 이후의 침묵과 마을의 위기
1990년대 초 광산이 폐쇄되면서 상동읍은 빠르게 쇠퇴했다. 인구는 절반 이하로 줄었고, 상점들은 문을 닫았으며 학교도 통폐합되었다. 상동고등학교는 폐교되었고, 초등학교도 단일 학급 운영으로 전환되었다. 특히 2000년대 초반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줄어든 읍’ 중 하나로 통계에 오르기도 했다. 빈집은 폐가가 되었고, 마을 곳곳에는 잡풀이 무성한 골목이 늘어났다. 당시 일부 주민은 삶의 터전을 잃고 영월읍이나 타지로 이주하기도 했다.
지금의 상동읍, 귀촌과 문화의 흐름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상동읍은 조용히 변화하고 있다. 전국적인 귀촌 열풍 속에서, 일부 귀촌인들이 이곳에 정착해 폐가를 리모델링하거나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상동 문화마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구 광업소 건물을 활용한 전시 공간, 게스트하우스, 커뮤니티센터가 조성되었고, 매년 ‘상동 폐광예술제’라는 지역 축제도 개최되고 있다. 인근에서 한옥 체험이나 자연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되며, 새로운 지역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중이다. 고요하고 낡은 마을이 문화와 사람으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상동읍을 방문하는 방법과 탐방 팁
영월군에서 상동읍까지는 차량으로 약 45~50분이 소요된다. 국도 31호선을 따라 동강을 끼고 남하한 후, 상동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진입 가능하다. 대중교통은 하루 2회 농어촌버스가 운행되며, '상동읍사무소'나 '상동초등학교' 앞에서 하차 가능하다. 추천 코스로는 상동천 따라 걷는 골목길, 폐광사무소 터, 옛 탄광 마을 시장터, 귀촌인의 책방 방문 등이 있다. 주변엔 편의시설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간식이나 음료는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좋다.
영월군 상동읍 다시 따뜻한 손길